"내 첫 무대는 무려 루이 비통 쇼였다. 너무 긴장되어 잠시 눈을 감았다가 심호흡하고 눈을 떴더니 코앞에 케이트 모스와 나오미 캠벨이 보이는 거다."

L'OFFICIEL HOMMES (이하 LH) 촬영에 몰두하느라 몰랐을 수도 있지만, 혹시 당신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스태프들이 내지른 탄성을 들었나? VALENTIN CARON (이하 VC) 즐거운 분위기에서 촬영을 무사히 잘 마친 것 같다 (웃음).
LH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몸을 쓰는 방식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VC 나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예전 연인이 전문 무용수라서 쉬운 동작 위주로 움직이는 법을 많이 가르쳐줬다. 경험이 쌓이면서 카메라 앞에서도 점점 더 편하게 몸을 쓰게 된 것 같다.
LH 화보에 실릴 가을/겨울 시즌 키 룩 중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나? VC 오늘 입은 스타일 전부 좋아서 고르기 힘들지만, 버버리의 코트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형태와 옷을 입었을 때의 움직임이 멋있어서. 프라다와 에르메스의 룩도 기억에 남는다.
LH 평소 당신의 스타일은 어떤지 궁금하다. VC 기본에 충실한 캐주얼로 심플하게 입는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좋아하는 향수를 매일 뿌린다.
LH 당신의 나라 프랑스에서 빅 이벤트가 열렸다. 파리 올림픽은 좀 즐겼나? VC 올림픽 개최 전에는 많은 사람이 도심에서 올림픽을 치른다는 것에 걱정이 많았다. 막상 행사가 시작되고 나니 지금까지 내가 본 올림픽 중 감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도 신났고, 분위기도 좋고, 경기장도 정말 멋졌다. 그랑 팔레, 에펠탑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올림픽 경기를 본다는 것 자체로 대단한 행운 아닌가. 한국에 오기 전에 비치 발리볼과 럭비 경기를 실제로 관람했는데 너무 좋았다. 한국 대표팀도 펜싱과 양궁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고.
LH 고향이 프랑스 북서부의 노르망디 쪽이던데, 어느도시 출신인가? VC 루앙에서 스무 살까지 살았다. 그리 크지 않지만 아름다운 도시다.
LH 루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소개해준다면? VC 루앙 대성당(Notre-Dame Cathedral of Rouen)을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루앙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자 도시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로드 모네도 루앙 대성당만 10점 넘게 그렸다. 다른 시간대, 다른 계절의 성당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림들이다.
LH 루앙에서 보낸 어린 시절, 당신이 기억하는 최초의 패션 모멘트는? VC 사실 우리 가족이나 내가 성장한 환경은 패션과 아예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엄마는 종종 내게 &ldquo;넌 모델이 될 수도 있어&rdquo;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어릴 땐 그 말을 대수로이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엄마에겐 자기 아들이 제일 멋질 테니까(웃음). 하지만 결국 엄마의 말씀대로 이렇게 모델이 되었고, 엄마도 가끔 &ldquo;내 말이 맞았지?&rdquo;라며 기뻐하신다.

LH 모델이 되기 전에는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고. VC 대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이 되면서 모델 데뷔를 했다.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공부를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고. 현재로서는 모든 것에 열려 있다. 언젠가 공부를 다시 해보겠다는 마음은 분명히 있다.
LH 평범한 학생에서 모델이 된 후, 인생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VC 자신감. 사실 나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소년이었다. 내가 누구인지에 관해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갈구하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델이 된 후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스스로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셈이다.
LH 데뷔 무대에 대한 기억은? VC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웃음). 보통 작은 쇼로 데뷔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첫 무대는 무려 루이 비통 쇼였다. 너무 긴장되어 잠시 눈을 감았다가 심호흡하고 눈을 떴더니 코앞에 케이트 모스와 나오미 캠벨이 보이는 거다. 다시 패닉에 빠지려는 찰나, 누군가가 등을 치며 &ldquo;발렌틴, 네 차례야. 지금 나가&rdquo;라고 말했고, 긴장할 겨를도 없이 데뷔 쇼를 치렀다.
LH 매거진 화보나 지면 광고 등을 촬영하며 카메라와 대면할 때 처음으로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 VC 솔직히 맨 처음에는 어색함이 크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촬영의 시작이 제일 까다로운 것 같다. 하지만 조금씩 촬영이 진행되면서 포토그래퍼와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서로가 통하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다. 혼자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생각은 &lsquo;최선을 다 해보자&rsquo;(웃음).
LH 얼굴선에 고전적이면서 남성적인 면이 공존한다. 그런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표정을 쓰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VC 내가 어떤 분위기를 발산하고 싶은지를 그려보고 그걸 실제라고 믿어야 한다. 어떤 &lsquo;척&rsquo;이 아니라 내가 진짜 그런 느낌의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먼저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연습을 거듭하면서 좀 더 편안하게 표정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LH 패션쇼 런웨이에 설 때의 기분은 어떤가? VC 런웨이에 오르는 건 상당히 복잡하다. 무대에선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이라면 몇 번이고 추가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패션쇼에서 워킹에 실패하면 전체를 망치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LH 완벽해야만 하는 무대 위에서 경험했던 아찔한 순간은 없었나? VC 어떤 쇼에서 두 걸음을 떼자마자 팬츠의 허리 봉제선이 풀리면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지만, 재빨리 손으로 허리춤을 붙잡았고 무사히 내 차례를 마칠 수 있었다.

LH 그렇다면 촬영과 런웨이, 어느 쪽이 당신을 더 흥분시키나? VC 촬영 쪽이 더 잘 맞는다.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긴장을 덜 하고, 자연스러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LH 이미 많이 받은 질문일 것 같긴 하지만, 모델이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VC 직업 특성상 서로 다른 문화권의 낯선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일해야 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 좋다.
LH 반대로 가장 힘든 점은? VC 모든 것을 아주 빨리 이해해야 한다는 것.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선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 즉 포토그래퍼,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헤어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각각이 요구하는 바를 기민하게 알아차려야 한다. 그냥 멀뚱히 서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LH 톱 모델 발렌틴 카론의 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순간은 언제였나? VC 쉽지 않은 질문이다(웃음). 일본에서 열렸던 디올 2019년 프리폴 쇼는 &lsquo;거의 미쳤다&rsquo;고 표현할 법한 경험이었다. 패션쇼 다음 날에는 일본 포토그래퍼 아라키 노부요시와 화보 촬영도 했는데, 그 또한 정말 대단했다.
LH 모델로서 이루고 싶은 꿈의 프로젝트가 남아 있나? VC 내가 이 일을 하면서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무언가를 꿈꾸지 말자는 것이다. 모델로서 사는 최고의 방법은 내게 오는 기회를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크고 좋은 일을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일에 너무나 감사하고, 여기서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항상 이런 태도로 모델 일에 임하려고 노력해왔고, 고맙게도 모든 일이 잘 흘러왔다.
LH &lt;로피시엘 옴므&gt; 커버 촬영 후 서울에 얼마나 더 머물 예정인가? VC 3일 더 머무를 게획이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라 기대가 크지만, 일부러 특별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들이 알려줄 진짜 정보를 믿어보려고 한다(웃음).
LH 마지막으로 남자 발렌틴의 목표나 꿈은 무엇인지듣고 싶다. VC 기회가 된다면 연기를 해보고 싶다. 작은 역할이라도 좋다. 그리고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유럽에서는 아직까지도 남자 모델의 현실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내 경험을 살려 글로 써보고 싶다.

creative director Jeong Yun Kee editor Woo Lee Kyoung, Park So Yeon writer Lee Ga Jin photographer Park Jong Ha stylist Kang Dan Bi (Intrend) model Valentin Caron(Success) casting Kim Jae Won hair &amp; makeup Jung Ji Eun

발렌틴 카론의 빛나는 현재

Tags

Recommended posts for you

People

발렌틴 카론의 빛나는 현재

Art & Culture

미우미우의 아트 바젤 퍼블릭 프로그램 <Tales & Tellers>

FASHION

델보가 파리 뱅돔에서 공개한 2025년 봄/여름 프레젠테이션

FASHION

여성의 강인함과 파워를 표현한 디올 2025년 봄/여름 컬렉션

FASHION

현대적인 여성을 새롭게 표현 생 로랑 2025년 여름 컬렉션

FASHION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보테가 베네타 뉴 컬렉션

FASHION

발레를 소재로 표현한 페라가모 2025년 봄/여름 컬렉션

FASHION

초자연적 존재에서 영감을 받은 맥퀸의 2025년 봄/여름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