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 이선희의 이야기

ETERNAL DIVA

LEE SUN HEE

L’OFFICIEL(이하 LO) 오늘 촬영은 어땠나? 개인적으로는 30년 이상의 연륜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선희 최근에야 뒤늦게 촬영의 재미를 알았다. 요즘은 촬영을 하면서 내 안에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예전에는 촬영이 일처럼 느껴져서 사진 찍히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직접 카메라로 꽃이나 자연을 찍으면서 사진 찍는 재미를 알고 나니까 내가 피사체가 되어 찍히는 것도 즐거워지더라.

LO 처음 노래를 시작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앞으로 평생 노래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나?

이선희 그때는 앞으로 얼마나 노래를 할지, 어떤 노래를 하고 싶은지 하는 목표가 없었다. 그냥 무대가 주어질 때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신인일 때부터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무대에 섰으니 무대에 오르기 전에 느끼는 기대나 긴장감조차 기쁘고 즐거웠다.

LO 그런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부담과 압박일 수도 있는데.

이선희 좋지 않은 감정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잘 부딪혀온 것 같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던지고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10년 넘게 노래하니까 내가 선배가 되어 있었다.

LO 전부를 내던진다는 표현을 했는데, 그 시절의 자신을 돌이켜보면 어떤 감상이 드나?

이선희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때의 내가 안쓰럽다는 생각은 없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후회 없이 했을 뿐이다. 다만, 그 어떤 것도 피하지 않았다는 점은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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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 <싱어게인-무명가수전>, <위대한 탄생2> 등을 통해 멘토의 역할을 했다.

이선희 심사는 어떤 기준을 잣대로 삼아 합격과 불합격을 구분하는 것이고, 멘토는 후배들을 믿으며 그들이 지닌 재능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두 프로그램은 단순히 심사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두 가지를 겸할 수 있어서 참여하게 됐다. 성격상 그냥 불합격시키는 것만은 하질 못한다. 내 기준으로 누군가의 노래를 평가한다는 게 어렵다.

LO 프로그램을 하면서 흥미로웠던 지점은 무엇이었나?

이선희 참가자들에게 이전의 내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내가 노래를 너무 못했을 때, 욕심을 가지고 무대에 섰을 때,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모든 걸 표현했을 때 같은 가수로서의 성장 과정이 그들에게 다 보이는 거다. 잊고 살았던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마음이 뜨거웠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도 많았다.

LO 방송을 통해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자신만의 규칙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인상 깊었다.

이선희 지금까지는 나만의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살았는데 요즘은 조금 자유로워졌다. 매운 음식을 먹지 않고, 특히 공연 전에는 배부르지 않게 먹고, 기초 체력을 관리하는 원칙을 매일 지켰는데 이제는 큰 공연 앞뒀을 때만 이를 유지한다. 나에게는 제법 큰 일탈이다. 말도 전보다 많아졌다. 예전에는 목을 보호하려고 필담을 하거나 중요한 의사 표현 외에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LO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이선희 음악도 그렇지만, 나를 설레게 하고 도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해보면서 살고 싶다. 얼마 전에는 책 모임에 가입했다. 지인들이 하고 있는 모임인데 2주간 책 한 권을 정해서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은 화상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책을 읽을 때 자꾸 졸리고 지루하게 느껴지더라. 이러다 점점 책을 멀리할 것 같아서 함께하게 됐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즐겨 했던 그림도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