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질감과 실루엣을 지닌 가구는 건축과 조각 사이 어디쯤 놓인다.

남다른 존재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가구가 있다. 형태와 구조, 재료 본연의 물성, 치밀한 의도의 마감이 어우러진 가구라면 단 한 점으로도 공간의 분위기가 한층 흥미로워진다. 네덜란드 태생의 디자이너 린더 프레야 탕겔더르(Linde Freya Tangelder)가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디스트로이어스/빌더스(Destroyers/Builders)의 작업도 그러하다. 굴뚝에서 영감을 얻은 브래스 소재의 선반 &lsquo;High Section&rsquo;, 신전의 기둥을 닮은 의자 &lsquo;Bolder Chair&rsquo;, 브라질의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의 빌딩에 헌사를 표하는 사이드 테이블 &lsquo;Windows of Bo Bardi&rsquo;, 벽돌과 알루미늄을 결합해 뜻밖의 조합을 시도한 &lsquo;Brick&rsquo;s Reflection Chair&rsquo; 등 탕겔더르의 작품 대부분은 자연스러운 조형미를 풍긴다. 알루미늄, 나무, 벽돌, 유리 등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재료와 조각적 형태가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며 감각적인 미감을 배가하는 덕분이다.

L&rsquo;OFFICIEL (이하 LO) 스튜디오 이름 &lsquo;Destroyers/Builders&rsquo;는 언뜻 서로 반대되는 개념을 내세운 듯 보인다. 어떤 의미를 담고자 했나? LINDE FREYA TANGELDER (이하 LFT) &lsquo;Destroyers/Builders&rsquo;는 디자인에 관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힘 있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건설하고 파괴하고 다시 짓고 수정하고 개혁하고 개선하는, 건설과 해체의 끊임없는 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렇게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LO 공간이나 촉각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경험은 유년 시절에 형성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특별한 기억이 있나? LFT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인형의 집에 놓을 작은 가구를 만들고 섬유, 종이, 자연에서 얻은 보물을 재료로 한 창의적인 놀이로 가득했다. 그야말로 손에 쥘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용했다. 어머니가 영감의 눈을 틔워주셨다. 
LO 당신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벨기에에 터를 잡았다. 벨기에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LFT 나는 벨기에의 문화, 예술, 건축, 언어의 억양에 매료되었다. 그 모든 것이 덜 체계적이고, 집들은 모두 다르게 생겼고, 사람들은 직선적이지는 않지만 천천히 마음을 여는 등 이곳에는 반전 매력이 있다. 그러한 이유로 벨기에로 디자인 스튜디오를 옮겨와 열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벨기에인 동반자와 함께이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 조경 건축가인 그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고 나를 지탱하는 데에 힘을 주는 사람이다. 
LO 마치 벨기에의 매력처럼 당신의 디자인 스튜디오 역시 서서히, 하지만 빠르게 성장했다. LFT 2016년 벨기에에서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그보다 2년 전 에인트호번 디자인 아카데미를 갓 졸업할 때부터 이 분야에서 내 자리를 찾아왔다. 지나온 길은 기억할 만한 순간, 흥미로운 프로젝트와의 만남으로 가득하다. 브루트 컬렉티브(Brut Collective)의 일원으로 참여한 그룹전, 닐루 파 갤러리와의 첫 번째 인연, IN 레지던스에서의 경험, 카완 갤러리, 발레리 트란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카시나와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하이라이트로 꼽고 싶다. 스튜디오에서 끝없는 조각과 사포질을 하고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파트너들과 협업하며 이뤄낸 일들이다. 돌이켜보니 시간이 훅 지나간 것 같다.

Destroyers/Builders×Kassl  Editions, photograph by  Eline Willaert.

Cassina, ‘Soft Corners’,  photograph by Paola Pansini.

LO 현재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어떤 모습인가? LFT 우리는 안트베르펜 도심에 있는 스튜디오, 그리고 자연 가까이에 마련한 새로운 집 겸 스튜디오를 오가며 시간을 보낸다. 두 공간 모두 가공하지 않은 알루미늄, 나무 조각, 패브릭 등에 둘러싸여 있다. 내가 사랑하는 건축가들의 책이 놓여 있고 구석 어딘가에는 샌딩 머신도 있다. 스튜 디오는 나의 집이고 집은 나의 스튜디오다. 내게 일과 삶은 하나다.
LO 혹시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거나 즐겨 사용하나? 빈티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LFT 그렇다. 새로운 가구와 빈티지를 함께 구성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 컬렉션은 이제 막 시작한 수준이지만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의 &lsquo;파파 베어 체어&rsquo;, 아터 판 아펠도른(Ate van Apeldoorn)의 소나무와 붉은 가죽으로 만든 식탁 의자, 내가 직접 커스텀한 알루미늄 테이블 등이 있다. 앞으로도 사랑하는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컬렉션을 확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날이 오리라고 확신한다. 
LO 당신의 가구가 갤러리 공간에 전시될 때, 누군가의 집에 있을 때 각기 다른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생각 하는가? LFT 넓은 갤러리 공간에 전시될 때는 일련의 작업과 그 실행 자체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집 안에서는 개인 소장품의 일부로 놓인다. 후자의 경우, 내 작업이 다른 시대나 스타일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 사람들 이 일상에서 내 가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소중하게 느낀 다. 갤러리 전시에서는 디자이너에 관한 확장된 견해와 시각을 보여줄 수 있다. 내게는 둘 다 매우 중요하고 감사한 일이다. 
LO 건축이 작업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해 꾸준히 밝혀 왔다. 건축의 어떤 부분이 가장 큰 영감을 주나? LFT 건축의 스타일은 고대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정말 풍부하다. 건축이라는 예술을 통해 생활과 사물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즐겁다. 또한 다양한 물성, 특히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벽돌이나 돌을 좋아한다. 건축 기술의 세부 사항도 마찬가지다. 건축의 모든 면이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하고 싶다. 
LO 때로 당신의 작업은 조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엿보인다고 표현해도 될까? 수작업과 기계 작업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LFT 물론이다! 나의 작품은 조각이기도 하다. 프로젝트에서 조각처럼 보이기 위한 요소를 주요하게 탐색하기 때문이다. 작업 과정에서 기능은 차치하고 공예, 조각적 형태, 물성에만 집중하고 싶을 때도 있을 정도다. 이를 위해 수작업과 기계 작업을 두루 활용한다. 기계 작업이든 핸드 메이드이든 조각적 힘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과정을 함께 가져가면서 더불어 서로 다른 세계를 혼합함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를 반영한다. 새로움과 오래 된 것, 공예와 첨단 기술의 융합으로써 말이다.

‘Solidified Reflections’ Collection  at Westrand Cultural Centre,  photograph by Jeroen Verrecht.

LO 디자인에 문법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당신이 반드시 지키려고 애쓰는 문법은 무엇인가? 이를테면 디자인 원칙에 관한 질문이 될 수도 있겠다. LFT 하나의 정답이 없는 문법, 열린 결말과 끝없는 연결이 많아질수록 더욱 생생한 작업을 완성할 수 있다. 내 디자인의 한 가지 원칙이라면 모델링, 스케치, 연구에 대한 많은 노력으로 머릿속을 채워야만 결과물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상호 연결된 단계들을 거치며 왜 특정한 재료를 선택하고 왜 그러한 크기와 형태, 색깔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를 마련한다. 
LO 카시나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더 많은 이에게 당신의 이름을 알렸다. 가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LFT 마음을 열고, 배우고, 생각을 더 잘 설명하고, 집중하고, 나만의 과정을 신뢰하는 법. 
LO 2021년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디올의 메달리온 체어를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원형에 해체적으로 접근한 당신의 작품은 기존 형태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색달랐다. LFT 디자인 마이애미 이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론칭한 디올의 메달리온 체어를 재해석하는 작업은 아주 즐거웠다. 메달리온의 전형적인 형태는 지키되 거기서 더 나아가 장식 없이 은과 알루미늄 버전의 더 조각적인 형태로 발전시켜보고 싶었다. 
LO 당신의 작업이 &lsquo;감각에 관한 것&rsquo;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감각적 경험은 어떤 것인가? LFT 건축, 디자인, 예술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감각적 경험을 주고 싶다. 물질의 풍부함이 모든 종류의 감각적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 덜 명확하더라도 분명한 선택으로 디자인 세계에 연료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산업에서 공예가 중요한 요소가 되길 바라고, 더욱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LO 최근 신간 &lt;Connections&gt;를 펴냈다. 책에서도 당신의 디자인은 오브제로서의 물성이 돋보였다. LFT &lt;Connections&gt;는 내 작업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펴낸 자가 출판물이다. 나 자신을 완전히 흡수하고 있는 세계를 다룬 하나의 프로젝트, 그리고 또 다른 프로젝트를 연결하는 통찰을 제공한다. 처음으로 책에 모든 것을 담는 일은 매우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그래픽디자이너 해그만 태머만(Haegeman Temmerman)이 작업했고, 우리 웹사이트를 통해 주문할 수 있다!

LO 자신이 동시대의 다른 디자이너들과 다른 점에 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LFT 아주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내 언어에는 재료와 형태의 부드러움과 강함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분명 일종의 투박함이 있지만 섬세하다. 내 작품이 남성인 동시에 여성이고, 강하지만 섬세했으면 좋겠다. 
LO 창조의 기쁨을 가장 크게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LFT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다른 것을 위한 답이 나타날 때가 있다. 여전히 매일 새로 배우고 창조하는 것은 내가 취하고자 하는 다음 단계를 꿈꾸는 기쁨이 될 수 있다. 
LO 현재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LFT 금속 소재의 문과 돌길, 자연에 지은 작은 집들. 스튜디오 겸 아틀리에이자 집이 될 공간을 대대적으로 개조 하는 작업을 막 시작한 참이다. 현재 머릿속은 그곳에 대한 아이디어로 꽉 차 있다. 
LO 아이코닉한 디자이너와 타임리스한 디자이너 중 어느 쪽이 되고 싶나? LFT 한 사람이 동시에 그런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새로운 움직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상징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디자인에 역사와 공예적인 면모를 풀어내고 싶다. 무엇보다 내 디자인이 오랫동안 사용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LO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LFT 내 작업을 건축에 훨씬 더 가깝게 통합하고 싶다. 그래서 건축가들과 더욱 긴밀하게 일하기를 원한다. 특히 정원 파빌리온 작업을 해보고 싶은데, 최근 실내외에 있는 작은 정원 구조물에 사로잡혀 있다. 
LO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여름날을 묘사해달라. LFT 완벽한 여름날은 다음과 같다. 정원에 책상을 놓고 거기서 스케치하고 점토로 만들기도 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작업하는 것. 촉박한 마감과 부담없이. 그리고 긴 저녁을 누리기 위해 일을 일찍 마쳐야 한다.
&nbsp;
editor Lee Ga Jin

조각 같은 가구를 만드는 디자이너

Recommended posts for you

FASHION

중국 항저우에서 공개된 샤넬 2024/25 공방 컬렉션

FASHION

The Great Ornament

Art & Culture

From Poster To Code Gagisian

Beauty

Only At Christmas

Art & Culture

Where Art Is Born

Art & Culture

Don't Cry The Sun Is Gone

Beauty

NIGHT SERENADE

FASHION

Dark P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