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숨죽인 채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은 발레리노 전민철의 날갯짓을 목도하다.

L'OFFICIEL (이하 LO) 지난 9월, 유니버설발레단의 &lt;라 바야데르&gt;로 전막 공연에 최초로 도전했다. JEON MIN CHUL (이하 JMC) 공연을 준비할 때는 마냥 재미있고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공연 당일이 되니까 갑자기 덜컥 긴장되더라. 전막 공연도 처음이고, 새로운 환경에서 무대에 올라야 하는데 나를 보러 많은 분이 오셨다는 사실이 실감 나면서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면에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 긴장감을 느끼면서 새로 배운 것도 있는 것 같다.
LO 평소 공연 때 느끼는 긴장감과는 다른 감정이었나? JMC 일종의 부담감일 수도 있고, 처음부터 너무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나 보다. 차분하게 내 것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아 공연을 마치고 난 뒤에 후회가 되었다.
LO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을 푸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JMC 최대한 몸을 풀면서 나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LO 내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을 앞두고 있는데. JMC 내년 봄쯤으로 출국을 준비 중이다. 사실 지금까지도 믿기지 않는다. 막연하 게 상상하던, 마냥 멀리 있는 것만 같았던 꿈이 한순간에 눈앞으로 다가온 듯해서 실감이 안 난다. 무대나 영상으로 보던 마린스키 발레단의 유명 무용수들과 같이 춤출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큰 영광이고, 그들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을 받게 될지 기대가 크다.
LO 발레단 활동뿐 아니라 러시아로 생활 터전을 옮겨 가는 것 아닌가. JMC 이전에 오디션 때문에 열흘 정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렀다. 러시아에 가 보기 전에는 떨림과 걱정이 있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그냥 유럽의 어느 도시와 다름 없는 분위기였다. 음식도 입맛에 잘 맞았고 (웃음). 마린스키에 대한 설렘 덕분인지 긍정적인 기대감이 크다.

LO 타지 생활에 두려움이 별로 없어 보여서 다행이다. JMC 여행이나 공연으로 해외에 가면 잘 적응하고 지내는 편이라 두려움은 크게 없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게 조금 걱정되긴 한다. 공연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면 혼자서 얼마나 공허할지 하는 부분. 지금은 가족과 함께 있어서 그런 마음이 덜한데, 해외에 혼자 있으면 공허함도 좀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LO 초등학생 시절 &lt;영재발굴단&gt; 출연 이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까지 많은 사람이 전민철의 성장기를 지켜보고 응원해왔다. 감사한 일이지만 어떤 면에선 부담이 됐을 법도 한데. JMC 부담스럽다기보다는 그저 많은 관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잊히지 않는 무용수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지금 내가 받는 관심과 응원은 현재의 춤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에 대한 큰 기대 때문이고, 그래서 바라봐주신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노력하는, 무용수로서 당연히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떻게 춤을 선보이고, 어떤 예술성을 펼쳐야 많은 분의 관심이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 앞으로 나이가 들고, 춤을 계속 추면서도 멈추지 않을 고민이다.

LO 무용은 결국 다양한 감정을 몸짓으로 연기하는 일인데, 고난도의 동작과 함께 감정 연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JMC 물론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도 있지만, 그 캐릭터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인 물에 빠져 있을 때는 재미있다. 마치 배우처럼, 전민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는 거다. 아무래도 발레 작품 중엔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아서 사랑할 때의 행복한 모습, 이별했을 때의 슬픈 모습을 공연에서 자주 경험해봤다. 행복과 슬픔을 표현하는 데는 나름 자신이 있는데, 이번 &lt;라 바야데르&gt;를 준비하면서 금지된 사랑을 하는 남자 주인공의 심경을 표현하는 건 참 어려웠다. 비밀스러운 사랑을 하는 와중에 여자 주인공 앞에서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으니까. 들키면 둘 다 죽을 수도 있는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너무 어려웠다.
LO 춤의 스타일도 무용수마다 다르지 않나? JMC 나는 섬세한 춤을 좋아한다. 파워풀한 춤을 보며 멋지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내 신체 조건으로는 힘이 넘치는 동작보다 섬세한 춤을 출 때 더 빛나는 것 같다. 남자 무용수 중에 섬세한 춤을 추는 사람이 많지 않기도 하고. 보통 발레리노는 발레리나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 아주 많다. 발레리나를 받쳐주는 역할도 충분히 잘해야겠지만, 발레리노로서 혼자서도 빛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LO 여전히 발레리나에 비해 발레리노가 주목받는 일은 드문 것 같다. 특히 고전발레는 여자 주인공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많기도 하고. 주목 받는 발레리노로서 책임감 같은 것도 느낄까? JMC 내가 어떤 위치에 올랐다는 부분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책임감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응원해주는 분이 많은 만큼 그에 대한 책임감은 당연히 있다. 공연 준비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으로 보답하고자 한다.

editor Woo Lee Kyoung writer Lee Ga Jin photographer Jeon Seung stylist Chang Jwan(Intrend) hair &amp; makeup Jung Ji Eun assistant Park Joy(Intrend), Kim Se Jeong

발레리노 전민철의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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