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게 없는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배우 강훈. 자신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기 위해 그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

L'OFFICIEL (이하 LO) 2021년에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안겨준 &lt;옷소매 붉은 끝동&gt;은 물론이고 &lt;신입사관 구해령&gt;, &lt;꽃선비 열애사&gt; 등 특히 사극에서의 활약이 눈에 띈다. KANG HOON (이하 KH)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대하 사극을 많이 봤다. 사극이나 시대극을 접하면서 말투를 따라 해보기도 하고 과거로 돌아가서 그 시대를 사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LO 사극으로 얻은 인기 덕분에 2023년 국립중앙박물관 홍보 대사까지 맡은 건 아닐까 싶었다. KH 박물관 측에서 실제로 그 영향이 있다고 말씀하시더라(웃음). 사실 데뷔 전에도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에 종종 갔다. 이상하게 거기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LO 국립중앙박물관은 규모가 방대하지 않나. 어떤 부분을 제일 흥미롭게 봤나? KH 삼국시대가 제일 재밌더라. 선사시대부터 관람을 시작해도 고구려, 백제, 신라가 나와야 집중력이 좋아지던데.
LO 작년 10월과 올해 5월에 일본 도쿄에서 팬 미팅을 개최했다. 첫 팬 미팅을 일본에서 치른 건가? KH 그렇다. 팬 미팅이란 행사 자체가 처음이었다. 일본에서 &lt;옷소매 붉은 끝동&gt;, &lt;꽃선비 열애사&gt;로 나를 알게 된 분들도 많았지만, 예상외로 &lt;작은 아씨들&gt;을 많이 좋아해 주셨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첫 행사에 와주신 분들이 다시 찾아주시는 경우도 있었다. 나름대로 노래 두 곡을 준비해 갔는데, 실수하거나 부족해도 좋게 봐주시니까 기운을 받고 돌아왔다.
LO 고등학생 때까지 농구 선수였으니까 경기장의 환성에 익숙하지 않나? KH 아니다. 중고등학교 농구 경기는 관람객들이 대부분 부모님과 가족이다(웃음). 원래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팬 미팅 때는 무대에서 저절로 긴장됐다. 동시에 벅찬 마음도 들고.
LO 만약 나중에 농구 선수 배역을 맡는다면 자신 있나? KH 자신 있다! 한 번쯤 해보고 싶다. 그래도 한 3년간 농구에만 푹 빠져 살았던 시절이 있으니까 지금 해도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는 잘할 수 있다. &lt;슬램덩크&gt;도 열심히 챙겨 봤고, 작년에 개봉한 영화 &lt;리바운드&gt;도 재미있게 봤다. 친숙한 실화 베이스의 이야기인 데다 정건주 배우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과도 친분이 있어서 다들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아니까 작품이 남다르게 다가오더라
LO 운동선수 경험이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 같나? KH 버티는 힘이 생겼다는 것. 어떤 일이 생겨도 농구 할때보다는 안 힘들다. 그때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LO 짧지 않은 무명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도 거기에서 비롯된 것인가? KH &lsquo;이거보다 더 힘든 것도 해냈는데 못 버틸 게 뭐 있겠어&rsquo; 하면서 때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농구 하면서 경험했던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다고 느껴졌으니까.
LO 그 생각은 아직도 유효한가? KH 그렇다. 항상 하는 말이기도 한데 난 연기가 마냥 재미있다.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예전엔 다른 직업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지금도 집에 있으면 몸이 아픈 것 같다가 현장에 나가면 에너지가 샘솟는다. 특히 요즘 너무 행복하다.

LO 연기가 왜 그렇게 재밌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 KH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농구를 그만두고 공부도 해봤는데 적성에 안 맞았다. 우연히 연기 학원에 갔는데, 등록한 날 선생님이 무대에 나가서 연기를 한번 해보라는 거다. 주어진 대본을 읽으려니까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묘한 떨림이 느껴졌다. 아마 목소리도 떨렸을 거다. 그래도 자신감은 있었다. 그 재밌어서 두근거리던 마음이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똑같이 느껴진다.
LO 최근에는 예능에서 &lsquo;따박이&rsquo;라는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다. 그 캐릭터에 만족했나? KH 내 성격의 어떤 면을 재미있게 봐주신 거니까 좋은 별명이라고 생각했다. 건방진 말대답이 아니라 사실을 알려드리는 것이지 않나(웃음). 그렇다고 내가 상황을 불편하게 만드는 말을 마구 하는 사람은 아니다.
LO 그건 실제 성격인가? KH 사실 낯가림이 아주 심한 편이다. 편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김)종국이 형과 다른 프로그램에서 연을 맺었고, 워낙 잘 받아주시니까 일종의 케미스트리가 발휘된 것 같다.
LO &lsquo;순수하고 해맑지만 기가 센&rsquo; 이미지가 생긴 것 같더라. 좋은 의미에서. KH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웃음). 친해지면 농담도 많이 하고, 다른 사람을 웃기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처음 봤을 때는 얌전하던 애가 계속 보다 보면 편해지니까 사람들이 놀라기는 한다.
LO 그럼 이미지 말고 진짜 성격은 어떤가? KH 평소에 혼자 있을 때는 아주 차분하다. 밖에 잘 안 나간다. 친구들도 어린 시절 친구들과 계속 친하게 지내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는다. 혼자 가만히 있어도 별로 심심하지 않아서 일상도 단순하다. 집에 있다가 운동 다녀와서 대본을 외우고 잔다. 변화를 좀 주고 싶으면 회사에 나가서 연기 연습을 하는 정도. 친구들이 나랑 약속 잡기가 힘들다고들 하는데 그게 딱히 바빠서가 아니라 외출할 마음을 먹기가 힘들어서 그런 거다(웃음). 솔직히 나는 모든 에너지를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쓰고 싶다.
LO 사람의 성격이란 건 대개 입체적이니까. 본인의 성격 중 배우라는 직업에 도움이 되는 면은 무엇인 것 같나? KH 상상을 많이 한다. 집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까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 상상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경험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고 하는 편이다. 낯선 일에 겁이 나더라도 도전을 해보고, 경험하고 나면 웬만해서는 좋게 생각하니까 그런 면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LO 비슷한 또래 배우 중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없나? KH 려운, 건주와 &lt;꽃선비 열애사&gt;를 함께 찍으면서 친해졌다. 서로 응원하는 형&middot;동생으로 잘 지내지만, 그 친구들도 불만이 많다. 다섯 번 정도 부르면 한 번 나가니까(웃음). 그래도 미워하지 않고 계속 연락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LO 강훈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KH 그냥 떳떳한 사람이고 싶다. 숨길 게 없는 당당한 사람.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아빠는 이런 삶을 살아왔다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부끄러울 것 하나 없는 사람.
LO 당장 오늘은 숨김없이 다 이야기해줬나? KH 당당하다(웃음).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동안 배우가 되기 위해 힘든 길을 지났고, 지금 이 모든 게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에게 실망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열심히 지킬 거다.

Editor&nbsp;Woo Lee Kyoung, Park So Yeon Writer&nbsp;Lee Ga Jin Photographer Hwang Byung Moon Stylist Chang Jwan(Intrend) Hair Kim Byung Woo(Blow) Makeup Kim Chae Ri(Blow) Assistant Lee Rosa(Intrend), Kim Se Jeong

강훈, 그에게 사로잡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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