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quo;또 강물은 고질적으로 무심해서 아름답다. 강물은 여전히 여름날이 도시의 대세다.&rdquo;

L'OFFICIEL HOMMES (이하 LH) 어제도 늦게까지 드라마 촬영을 했다던데 피곤하지 않나? LEE JIN UK (이하 LJU) 피곤은 익숙하다. 요즘에 피곤하지 않은 사람 누가 있겠나. 나도 만성피로다(웃음).
LH 요즘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 &lt;나의 해리에게&gt;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LJU 여러 등장인물에게 조금씩 나름의 결핍이나 부족한 점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사랑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LH &lsquo;여자 친구를 제외한 주변 사람에게 관대하고 친절한 성격&rsquo;이라는 인물 설명을 보고 막연히 공감이 가더라. 이진욱에게도 실제로 그런 성향이 있을까 문득 궁금하기도 했고. LJU 원래 그렇다더라. 뇌과학자들이 이야기하길, 사람은 자신과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과 동일시한다고. 그래서 마음대로 안 되면 더 화가 나고 야박하게 군다나. 보통은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오히려 관대해지는 것 같다. 나도 예외는 아니고.
LH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배우가 된 건 아니라고 밝힌적 있는데, 그럼 본인의 어떤 기질이 배우의 길로 이끈 것 같나? LJU 상상하고 공상에 빠지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하물며 만화영화를 보더라도 친구들보다 좀 더 깊이 빠져들고, 이입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배우를 꿈꾸거나 한 건 아니었고, 이 직업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뭘 하고 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연기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LH 어떤 걸 그렇게 재밌게 봤나? LJU 정말 많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스크루지 영감을 모델로 디즈니 만화에서 만든 캐릭터가 있다. 그 캐릭터가 금화로 가득한 금고에서 수영하는 장면이 그렇게 신기하고 재밌어 보이는 거다. 어린 마음에 단순하게 돈 속에서 수영하는 게 가능한지 싶고, 나도 해보고 싶고 그랬던 것 같다. &lt;맥가이버&gt;, &lt;천재 소년 두기&gt;도 있고, &lt;슈퍼맨&gt;은 볼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졌다.
LH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보고, 연기를 시작한 이후로는 좀 달라졌나? LJU 그때는 오히려 더 몰랐던 것 같다. 대단한 연기 철학도 없었고, 그냥 도전하고 상황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에 바빴다. 돌이켜보면 전부 배움의 시간이었고,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나름의 생각을 갖고 배우라는 직업에 임하게된 듯하다.
LH 변화의 계기가 있었나? 일종의 터닝 포인트랄지. LJU 동료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변했다. 그전에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나를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원래 감정적이지 않고 건조한 편이라. 그러다 동료 배우들과 친해져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그 친구들이 편안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걸 보면서 좀 달라졌다. 나도 일부러 감정을 끄집어내서 과장되게 표현하려 노력해보고. 그런 과정을 지나면서 점점 배우가 되지 않았나 싶다.

LH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이진욱이 만났던 이름들을 돌아봤다. 대표적으로 &lt;연애시대&gt;의 민현중부터 &lt;스위트홈&gt;의 편상욱까지 전부 멋진 이름이더라. 작품속 인물에겐 처음부터 애착이 생기나? LJU 보통은 작품이 마음에 들어서 합류하는 거니까 애정이 있는 상태로 시작한다는 게 맞을 것 같다. 나는 캐릭터를 학구적으로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파고드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인물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지내다 보니 애착이 안 생길 수가 없다.
LH 그중 이진욱에게 여전히 애틋한 이름이 있다면? LJU 캐릭터 대부분이 사연을 갖고 있고 슬픔도 있어서 모두에게 마음이 쓰이긴 한다. 굳이 꼽자면 사라져버린 박선우. 내가 연기한 시간대에서는 죽음을 맞았지만, 그래도 &lt;나인&gt; 속 어딘가에 여전히 살고 있을 것 같다. 드라마의 세계관에는 희망이란 게 있으니까.
LH 극 중 설정이긴 하지만, 캐릭터를 통해 죽음을 체험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겠다. LJU 누구도 인생을 두 번 살 수 없지만 배우는 여러 번 산다. 이것과 관련해 몇 번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마 모든 배우가 비슷하게 느낄 거다. 죽음을 연기하면 마치 전생처럼 그 인물의 생이 조금씩 나한테 남는 것 같다. 일종의 상처나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고. 그런데 그래서 연기를 하고, 잘 배우면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LH 배우 이진욱은 훌륭한 어른이 되고 있나? LJU 시간이 조금 더 지나봐야 알 것 같다. 50대 이후에나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잘 살았는지 어렴풋하게라도 보이지 않을까.
LH 촘촘한 작품 활동에 비해 수상 내역이 적어서 상당히 의외였다. 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 욕심이 생기진 않나? LJU 못 받을 만하니까 못 받지 않았을까(웃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상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어디서 상을 준다고 해도 받으러 가기 쑥스러울 정도로 수상에 연연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입학식, 생일, 첫 데이트처럼 뭔가를 기념하는 것에 별로 감흥이 없었다.
LH 이진욱에게 순수한 감동을 주는 건 무엇인가? 여행과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LJU 둘 다 좋아한다. 요즘엔 촬영 때문에 많이 즐기지 못했지만. 미술이나 음악도 좋아하고. 예술에는 사람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든데 머리나 마음속에 직접적으로 탁 들어오는 느낌이 있달까. 연기도 그런 식으로 하고 싶다는 고민을 하게 해준다.

LH 작품을 선택할 때는 원하는 역할을 찾아 나서는 스타일인가? LJU 아니. 내게 주어지는 걸 열심히 하는 편이다. 다음 작품으로 어떤 걸 하겠다면서 기다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LH 세상이 배우에게 원하는 이미지도 있으니까. LJU 그게 참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잘하던 걸 계속하면 식상하다고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해서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배우로서 어떤 역할을 맡든 잘 만들어내는 게 숙제인데, 대중도 조금은 관대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나 드라마를 스트레스 받으려고 보시는 건 아니니까(웃음).
LH 배우를 하면서 여러 작품, 많은 스태프와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익숙해졌을 것 같다. &lsquo;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제일 좋은 방법&rsquo;은 뭐였나? LJU 깊이 빠지되 붙잡고 있지 않는다. 그냥 내일 또 볼 것처럼 일상적인 인사로 이별한다. &lsquo;안녕, 잘 가&rsquo;는 아니고, &lsquo;고생했어, 갈게&rsquo; 하고 돌아서는 느낌. 그러고 나서 약간의 고통, 또는 슬픔이나 아픔 같은 여운을 마음에 담고 사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Creative Director&nbsp;Jeong Yun Kee Editor&nbsp;Woo Lee Kyoung, Park So Yeon Writer&nbsp;Lee Ga Jin Photographer&nbsp;Pak Bae stylist&nbsp;Hwang Sun Young(Intrend) hair&nbsp;Park Nae Joo(Bit.Boot) makeup&nbsp;Sun You Na (Bit.Boot) assistant&nbsp;Yim In Seon, Mo Hye Yeong(Intrend), Kim Se Jeong

이진욱을 보면 읊조리게 되는 어떤 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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