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 TEO
L’OFFICIEL HOMMES(이하 LH)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이라고 들었다.
YOO TEO(이하 YT) 여름의 덥고 습한 기운을 좋아한다. 여름이 배경인 아시아 영화도 즐겨 본다. 습기가 훅 느껴지는 <아비정전> 같은 영화를 보면 왠지 로맨틱하고 섹시하게 느껴진다. 평소에 땀 흘리는 걸 좋아하는데 여름에는 땀 흘리며 운동할 수 있어서 더 마음에 든다. 집 가까운 남산에서 아침마다 잠깐이라도 운동한다. 사람이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피트니스 센터보다는 주로 공원에 간다.
LH 어린 시절에도 자연 속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들었다. 독일 쾰른에서 태어나 라인강 유역의 지벤게비르게에서 10대 시절을 보냈다고.
YT 지벤게비르게에서 열 살부터 열다섯 살까지 살았다. 딱 사춘기 때였지. 그때 기억 중에 아직도 생생한 게 있다. 이른 밤에 근처 숲으로 조깅하러 갔는데 멀리서 작은 불빛이 보였다. 정체가 궁금해서 그 방향으로 계속 뛰어갔는데 어느 순간 불빛이 내 주위를 온통 둘러싸고 있었다. 반딧불이었다. 정말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LH 고등학교 졸업 후 뉴욕으로 갔다. 처음부터 연기를 목적으로 간 건가?
YT 시작은 조금 무모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TV에 나오는 영화는 전부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 계속 봤다. 그런 영화 테이프가 500개가 넘어서 번호를 붙여가며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 정도였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배우를 조사하다가 뉴욕의 리 스트라스버그 연기학교를 알게 됐고 무작정 그곳으로 갔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2주 정도 수업을 들어보니 ‘내가 그동안 찾고 바라던 게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LH 고등학교 졸업 후 뉴욕으로 갔다. 처음부터 연기를 목적으로 간 건가?
YT 시작은 조금 무모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TV에 나오는 영화는 전부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 계속 봤다. 그런 영화 테이프가 500개가 넘어서 번호를 붙여가며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 정도였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배우를 조사하다가 뉴욕의 리 스트라스버그 연기학교를 알게 됐고 무작정 그곳으로 갔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2주 정도 수업을 들어보니 ‘내가 그동안 찾고 바라던 게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LH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아르바이트하며 배우 오디션을 보다가 2009년에 한국으로 오게 됐는데, 그렇게 마음을 먹은 계기가 있었나?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고 독일어와 영어가 더 편했으니 오히려 뉴욕에 있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는데.
YT 당시에 아내 리키를 만나서 함께 한국에 들어오고 싶었고, 그때 상영됐던 한국 영화들을 보며 그만의 감수성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약속>, <접속> 같은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고 한국에 와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왔다. 한국어라는 장벽을 넘기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평소처럼 우선 부딪혀본 거지.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한국에서 첫 번째 오디션을 본 후에 ‘앞으로 쉽진 않겠구나’ 생각했다.
LH 그리고 15년이 훌쩍 흘렀다. 그사이 자신을 잡아줬던 작품은 무엇이었나?
YT 러시아에서 촬영했던 영화 <레토>다. 사실 촬영을 시작할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이전의 해외 작품들처럼 필모그래피의 한 줄로만 남겠지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언론과 관객의 반응이 너무 좋았고 결국 칸 영화제까지 가게 됐다. 내게도 이런 순간이 오는구나 싶었다. 만약 내 인생에 <레토>가 없었더라도 나는 여전히 내 길을 가고 있겠지만 그로 인해 더 많은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에 가장 감사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LH 그 영화, <로그 인 벨지움>은 어떻게 찍게 되었나?
YT 2019년 11월부터 벨기에에서 드라마를 찍고 있었는데 2020년 3월 촬영 중에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져서 감독을 포함한 스태프와 배우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다. 모든 비행기표가 취소되고 호텔과 식당도 문을 닫고 평일 오후에만 마트가 열려서 그사이 빨리 식료품을 구입해 들어와야 했다. 그런 상황이 4주 가까이 흐르니까 갑자기 너무 혼란스럽고 무섭더라. ‘나는 아직 유명한 배우도 아닌데 타국에서 코로나에 걸리면 누구도 모르게 죽어가겠지’ 싶어서 휴대폰으로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일인이역을 하며 픽션을 더해갔다. 그 후 다행히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때 찍은 내용을 작년 가을까지 편집한 후에 그냥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에 관계자들에게 보여줬더니 반응이 꽤 좋았다. 결국 개봉까지 하게 됐다.
LH 그 후 1년 반쯤 지났는데 그 시기 동안 실제로도 많은 게 바뀌었다.
YT 내 죽음을 아무도 모를 거라고 걱정하던 무명의 배우가 그 후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고 직접 찍은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할리우드에서 영화도 찍게 됐다. 때론 현실이 어떤 매체의 기록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
editor WOO LEE KYOUNG, BAE JEONG YEON
writer CHUNG YUN JOO
photographer GO WON TAE
stylist KWON SU HYUN
hair KIM GUN HYUNG, HWANG HYE MIN (SOONSOO)
makeup HONG UM JI (SOONSOO)